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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의 모서리를 툭 접어버리는 대충대충인 사람이지만 ‘가름끈’이 달린 책을 읽을 때는 어쩐지 아주 야무진 사람이 된 것만 같다. ‘명왕성’에 관한 시를 쓰는 일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행성을 비유로 이해하는 시인. 이것은 의지로는 막을 수 없는 속수무책의 감각인지도 모른다. ‘미색’ 조명 아래에서 미색 노트에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고 앞에 커다란 괄호가 필요한 의존명사 ‘것’을 생각하면 슬퍼진다. 관념 속의 나방. 괜히 ‘빠삐용’이라 불러보고 싶은 생물은 매력적이지만 정작 방 안에 들어온 나방은 죽이고 싶다. 그런데 많은 것이 이렇지 않나? 시집 《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》, 《모텔과 나방》 등이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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